PC방에 개인 키보드나 마우스를 들고 다니던 이들이 손가락질받던 그 시절을 떠올려보자.
공부를 그렇게 하면 서울대 갔을 거라던 누군가의 잔소리에 귀가 따갑거나, 그렇게까지 이기고 싶냐고 비아냥대던 친구들의 비웃음에 승리욕이 더욱 불타던 당시다. 하지만 그러한 것도 다 추억이 된 오늘날엔 과거 대비 180도 달라진 분위기로 뒤바뀌었다.
분명 같은 모습이지만 이제는 게임 좀 하나보다, 하는 인식에 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사실 볼링공이나 당구봉은 개인적으로 들고 다니면 프로 같다고 박수를 보내는 마당에 키보드라고 안 될 거라 보는 시선이 더 이상할 뿐이다. 더욱이 e스포츠 경기에 임하는 이에게 손에 익은 키보드가 성패를 좌우하는 것도 여타 스포츠처럼 당연하다.
제대로 된 장비에 욕심을 내고, 손에 익은 장비를 소지하는 모습. 게이머에겐 일상이다.
키보드 카테고리에서 누르는 정도(키 스트로크)나 속도(반응 속도), 고유의 타격감(키 스위치 특성)은 특정 브랜드 혹은 제품을 고수하는 사용자라면 선호하는 기기의 성질을 가장 정확하게 몸으로 기억한다는 의미다. 몇분의 1초로 승부가 갈리는 게임의 세계에서 좋은 키보드가 필수라고 말하는 건 그래서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라. 비싼 키보드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사용자의 기호나 습관과 잘 맞아야 효과를 발휘한다. 여기에 제품 디자인을 시작으로 키 스위치 배열, 사용한 키 스위치 성격, 윤활 및 흡음재, 소음 등 아주 다양한 조건 사이에서 타협점이 나오고 그렇게 나만의 키보드가 최종 완성된다.
세상에 그토록 수많은 키보드가 있고 키보드 하나만으로 커뮤니티가 생겨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제품 : 이엠텍 MOUNTAIN EVEREST 60 (텍타일) 키보드
인터페이스 : USB 유선 케이블
키압 : MOUNTAIN 스위치 55g
인쇄 : 이중 사출 PBT 키캡
방식 : 체리식 스테빌라이저
특징 : RGB, 동시 입력 무한, H/W 매크로, 윤활, 알루미늄 플레이트, 차음 디자인
보증 : 최대 2년 무상
키보드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마음에 드는 키보드를 찾는 움직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 점에서 레드 빗 브랜드로 PC 성장에 영향력을 넓혀나가는 이엠텍이 선보인 특별한 키보드, 마운틴 에버레스트(MOUNTAIN EVEREST) 60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기대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보편적으로 보았던 키보드와는 첫인상부터 많은 부분이 다르다. 제품명에 60이라는 넘버링이 붙은 이유는 일반 키보드 레이아웃의 60%에 불과한 콤팩트한 크기로 출시했음을 의미한다. 숫자 키패드는 물론 오른쪽 특수키 배열까지 과감히 생략하고 휴대성을 높인 미니 레이아웃은 이번 제품의 성격을 명확히 한다.
사실 이러한 제품을 처음 접한 이에게는 매우 생소하고 신기할 만하다.
단순히 작은 키보드라 보는 시선은 단호히 거부한다. 게이밍 키보드를 표방하는 만큼 최적화된 게이밍 경험에 모든 것을 맞춘 결과라고. 기계식 스위치부터 윤활 처리가 끝낸 그것을 사용했기에 한층 경쾌한 키감이 손끝에서 느껴진다. 쾌적한 타이핑은 물론이거니와 이중 사출된 PBT 키캡을 사용한 덕분에 글자가 실종되어 속상한 경험을 마주할 상황도 없다.
물론 일반 키보드만 사용해봤다면 만만찮은 가격은 아니다. 몸값이 나가는 만큼 그에 어울리는 재료가 사용됐다. 예컨대 고품질의 알루미늄 플레이트, 1,670만 컬러에 달하는 RGB 등 일단 키보드 덕후라면 탐낼 일련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
단호히 평가하자면 텐키리스를 넘어 64 키에 불과한 사이즈는 군더더기 요소는 확 쳐내고 꼭 필요한 기능만 남기겠다는 제작자의 강인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형태다. 그렇기에 이엠텍 MOUNTAIN EVEREST 60 (텍타일) 키보드는 소수 키보드 마니아가 바라던 이상을 제대로 충족해낸 제품이 세상 유일의 키보드로 탄생할 수 있었다.
사이즈만 놓고 보면 애플 매직 키보드와 유사하다. 미니 사이즈는 단순히 휴대성에서만 유용하지 않다. 키보드가 차지하는 위치와 공간의 크기는 마우스에 영향을 주며, 키보드와 마우스의 동시 활용이 얼마나 원활한가 하는 것이 게이밍 경험에 매우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미니 키보드의 존재 이유와 명확하다.
작다고? 키 수 적다고? 그렇다고 해서 별종이 되는 것도 단호히 거부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Cherry MX 키캡과 호환되며 택타일 혹은 리니어 타입의 기계식 스위치 옵션을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혔다. RGB 효과는 각각의 스위치 개별로 설정할 수 있게 해 기계식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서 옛 손맛과 최신 트렌드 둘 모두의 절묘한 타협점을 찾아냈다.
사실 이번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이에게 마음속에서 울리는 메아리는 보통 비슷하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이런 제품에 눈 돌리는 건 게이밍 키보드에서 추구하는 핵심의 근본은 결국 키감이고 이때 사용되는 기계식 스위치는 최종적으로 하이엔드를 표방하는 그것이어야만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는 눈높이를 그나마 충족한다.
그 점에서 이엠텍 MOUNTAIN EVEREST 60 (텍타일) 키보드에 들어간 부품 구성 하나하나는 당연한 결과다.
덕분에 이엠텍은 MOUNTAIN EVEREST 60을 소개하면서 이상적인 키감을 가장 잘 구현하는 제품임을 강조한다. 동시에 디자인도 품질에 부합하도록 제법 신경 썼다. 여기에 들어가야 하는 소재까지 절묘한 삼박자 균형을 찾아냈다. 사실 키보드라는 품목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좌우한다. 그렇기에 만족시키기란 매우 어렵다. 누군가는 불만을 찾아내겠지만 전체적인 총평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훌륭하다.
▲ 높낮이 조절은 별도 제공하는 자석 거치대를 활용한다.
제품의 특징을 한 번도 복기하면 다음과 같다. ▲강한 내구성과 고급스러운 질감을 동시에 제공하는 PBT 키캡을 채택했다. 매트한 질감은 오랜 사용에도 번들거림이 없고, 일관된 키감을 구현한다. 일명 각인이 지워지지 않는 이중 사출 방식이다.
특이한 점은 영문 각인만 있다는 점인데, MOUNTAIN EVEREST 60이 완전히 게임에 최적화된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영이 병기되는 것이 당연히 상식적이고 범용성도 높아지지만, 게임에서 필요한 것은 사실 영문 단축키가 전부다.
오히려 한글이 더해지면 키보드의 가시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엠텍이 게이밍 키보드를 향해 얼마나 조사를 제대로 했는지, 덕분에 갈증을 제대로 달래기 위한 서칭을 섬세하게 했는지를 짐작게 하는 부분이다.
▲청축, 백축, 흑축, 적축 등 다양한 축이 범람하는 시장에서 딱 3가지의 축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도 특이하다. 텍티컬 55, 리니어 45, 리니어 45 스피드는 명칭은 다르지만, 우리가 익히 기억하는 명칭의 또 다른 표현이라 이해하면 좋다. 이들 스위치에 일일이 윤활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본 키보드 성애자라면 그러한 절차가 다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여유롭다.
그리고 정말 특이한 기능도 제공한다. ▲좌측 혹은 우측에 기능 확장에 필요한 포트가 마련됐다. 아무래도 작은 키보드의 최대 강점은 휴대성인 만큼 일반 키보드가 제공하는 편의 측면에서는 다소 뒤지는 것이 장점만큼이나 도드라지는 유일한 단점이다.
그렇기에 별도 포트에 숫자 키패드 확장을 할 수 있게 한 아이디어는 작은 키보드를 선호하는 사용자가 꼭 작은 키보드에 100% 만족하는 것만은 아님을 제대로 간파했음을 암시한다. 더구나 이미 숫자 키패드에 익숙해져 있던 사용자라면 더욱 불편함이 뒤따를 텐데 이엠텍 입장에서는 다소 걸림돌이 될 요소에 대해 완충장치를 해둔 것이라 볼 수 있다.
기능도 많고 특징도 많고 한국에는 생소한 브랜드에 가까운 제품. 텍타일 방식의 청축 키보드이지만,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마음껏 개인화할 수 있고, 스위치 리무버도 제공하며, 망가진 스위치만 새것으로 쉽게 교체할 수도 있게 한 형태. 번거롭게 납땜하거나 분해할 필요가 없는 아이디어가 지금의 제품을 출발시켰다.
그리고 MOUNTAIN EVEREST 60의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타던 감은 높이면서 소음은 줄이는 노력이다. 하우징의 울림을 줄이기 위해 고밀도 실리콘과 PCB를 위아래로 감싸는 폼 레이어를 배치했다. 하나의 층이 더 들어가야 하는 다소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야간에도 게임을 해야 하는 사용자라면 얼마나 유용한지 아는 부분이다.
이에 더해 윤활 처리된 Krypton 사의 체리식 스테빌라이저가 부드러우면서도 명확한 타던 감까지 보장한다.
종합 PC 회사로 체질 개선을 가속화 하는 이엠텍의 최근 행보는 제품 하나를 들여와도 대충 소싱하는 브랜드가 아님을 알게 하는 대목이 짙다. 이미 완제 브랜드 레드빗을 통해 '어디까지 할 수 있다'는 명쾌하게 정의 내린 바 있다. 덕분에 한 층 높아진 기대감은 오롯이 MOUNTAIN EVEREST 60을 통해서고 기대하게 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미지를 완성해가는 과정이 버거울 만하다. 그 점에서 마주한 제품의 품질과 완성도 그리고 사용성 측면 모두는 찬사를 보내도 될 이상적인 제품이다. 물론 20만 원대의 가격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본다. 이러한 키보드를 선택할 이라면 나열한 특징 대비 진정 부담되는 가격일지?
이엠텍이 선보인 MOUNTAIN EVEREST 60은 단연코 가성비 높은 게이밍 키보드다.
By 김현동·김신강 에디터 PRESS@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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